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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이야기

직원이 잘못해도 회사 처벌 시효는 그대로? 대법원, '공범'의 범위 명확히 하다 (2024도152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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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판례 한 줄 요약: 직원의 범죄로 회사가 양벌규정에 따라 함께 처벌받게 되더라도, 직원에 대한 공소제기가 곧바로 회사의 공소시효를 멈추게 하지는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이는 회사의 책임은 직원과 '공범' 관계와는 다르다는 점을 명확히 한 것으로, 기업의 형사 책임 범위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사건은 이랬습니다: 사실관계 정리

어느 날, B회사(피고인 2 회사)의 직원인 D씨(공소외인)가 업무와 관련하여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범죄를 저지르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에 검찰은 직원 D씨를 재판에 넘겼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직원 D씨뿐만 아니라, D씨의 소속 회사인 B회사에 대해서도 직원의 범죄 행위에 대한 감독 책임을 물어 '양벌규정'에 따라 기소했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된 것은 B회사에 대한 처벌이 가능한 기간, 즉 '공소시효'였습니다. 검찰은 직원 D씨를 기소했으니 B회사에 대한 공소시효도 당연히 정지된다고 보았지만, B회사 측의 입장은 달랐습니다. 과연 법원은 누구의 손을 들어주었을까요?

재판은 이렇게 진행되었습니다: 소송의 경과

  • 2심 (항소심 - 서울고등법원): 항소심 재판부는 B회사에 대한 공소시효가 이미 완성되었다고 판단하여 '면소' 판결을 내렸습니다. 면소란 소송 조건이 충족되지 않아 유무죄를 따지지 않고 소송을 종결하는 것을 말합니다. 재판부는 B회사의 직원 D씨에 대한 공소제기가 B회사의 공소시효를 정지시키는 효력이 없다고 보았습니다. 한편, 함께 기소된 A씨(피고인 1)는 일부 유죄를, C씨(피고인 3)는 일부 무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 3심 (대법원): 검사와 A씨(피고인 1)는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여 대법원에 상고했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모든 상고를 기각하며, 항소심의 판단이 옳다고 결론 내렸습니다. 특히, B회사에 대한 검사의 상고와 관련하여 항소심의 면소 판단은 정당하다고 인정했습니다.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주요 법리 - 양벌규정과 공소시효 정지에서 '공범'의 의미

이번 판결의 핵심 쟁점은 바로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는 회사도 형사소송법상 '공범'에 해당하여, 직원에 대한 공소제기로 회사의 공소시효까지 정지되는지 여부였습니다.

  •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 우리 형사소송법은 "공범의 1인에 대한 (공소시효 정지의) 효력은 다른 공범자에게 대하여 효력이 미치고 당해 사건의 재판이 확정된 때로부터 진행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여러 명이 함께 저지른 범죄(공범)의 경우, 그중 한 명만 재판에 넘겨져도 다른 공범들의 공소시효 진행이 멈춘다는 뜻입니다.
  • 양벌규정이란?: 직원이 업무와 관련하여 위법행위를 한 경우, 그 행위자를 처벌하는 것 외에 그 업무의 주체인 법인(회사) 또는 개인 사업주도 함께 처벌하는 규정을 말합니다. 이는 법인 등이 직원 등에 대한 주의와 감독 의무를 다하지 않은 데 대한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양벌규정에 따라 처벌받는 사업주(B회사)와 실제 위법행위를 한 직원(D씨)의 관계는 형사소송법 제253조 제2항에서 말하는 '공범' 관계가 아니라고 명확히 했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양벌규정은 법인이나 개인 사업주 자신의 책임(예: 직원 관리에 대한 주의·감독 의무 위반)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이지, 직원의 범죄 행위에 법인이 직접 가담했거나 공동으로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는 것이 아닙니다.
  • 형사소송법상 '공범'의 범위를 피고인에게 불리한 방향으로 지나치게 넓게 해석해서는 안 된다는 원칙(엄격해석의 원칙)도 고려되었습니다.
  • 따라서, 직원에 대한 공소제기가 이루어졌다고 해서 양벌규정의 적용 대상인 법인의 공소시효까지 당연히 정지된다고 볼 수는 없다는 것입니다.

판결의 의미와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 판결 해설

이번 대법원 판결은 기업의 형사 책임과 관련된 중요한 법적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1. 양벌규정상 법인 책임의 성격 명확화: 법인이 직원의 위법행위로 처벌받는 것은 직원과 '함께' 범죄를 저질렀기 때문이 아니라, 법인 자체의 감독 소홀 등에 대한 책임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습니다.
  2. 기업의 공소시효 관리 중요성 증대: 직원이 기소되더라도 회사의 공소시효는 별도로 진행될 수 있으므로, 기업 스스로 공소시효 관리에 더욱 신경 써야 합니다. 수사기관 역시 법인에 대한 공소제기 시점을 결정할 때 이 점을 고려해야 할 것입니다.
  3. '공범' 개념의 엄격한 해석 재확인: 형사법의 대원칙 중 하나인 피고인에게 불리한 유추해석 금지 원칙을 다시 한번 확인하며, 공소시효 정지라는 중요한 법적 효과가 미치는 '공범'의 범위를 함부로 확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결론적으로, 이번 판결은 기업이 직원의 불법행위로 인해 법적 책임을 질 때, 그 책임의 범위와 한계, 특히 공소시효와 관련된 법적 절차가 어떻게 적용되는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지침이 될 것입니다.

용어 알고 가기

  • 양벌규정(兩罰規定): 법인의 대표자, 대리인, 사용인 또는 그 밖의 종업원이 업무에 관하여 위법행위를 하면, 실제 행위를 한 사람을 벌하는 것 외에 그 법인 또는 개인 사업주에게도 벌금형 등을 부과하는 규정입니다. 예를 들어, 회사 직원이 업무상 환경오염 행위를 했다면, 해당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도 감독 소홀의 책임을 물어 처벌받을 수 있습니다.
  • 공소시효(公訴時效): 범죄가 발생하고 일정 기간이 지나면 검사가 그 범죄에 대해 법원에 재판을 청구할 수 없게 되는 제도입니다. 이 기간이 지나면 국가의 형벌권이 소멸하여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 공범(共犯): 두 명 이상이 함께 범죄를 저지르는 것을 말합니다. 형법에는 여러 명이 함께 범죄 계획을 실행하는 공동정범, 다른 사람을 시켜 범죄하게 하는 교사범, 다른 사람의 범죄를 도와주는 방조범 등이 있습니다. 이 판결에서는 형사소송법상 공소시효 정지 효력이 미치는 '공범'의 범위가 문제 되었습니다.
  • 면소(免訴): 확정판결이 있었던 때, 사면이 있었던 때, 공소시효가 완성되었을 때 등 법에서 정한 특정 사유가 있을 경우, 유죄나 무죄의 실체적인 판단을 하지 않고 소송 절차를 종결시키는 법원의 형식 재판 중 하나입니다. 이 사건에서 B회사는 공소시효가 완성되었다는 이유로 면소 판결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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