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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례 이야기

[판례 해설] 내 땅에 버려진 '오염된 흙', 하청업체가 버렸어도 원청 건설사에 책임 물을 수 있을까? (대법원 2023다306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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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두: 판결의 핵심 요지

다른 공사장에서 나온 오염된 흙이 하청 운반업체에 의해 내 땅에 몰래 버려져 토양이 오염되었다면, 그 흙이 나온 원래 공사장의 원청 건설회사에 정화 비용을 물을 수 있을까요? 대법원은 오염된 흙을 버리는 행위도 '오염물질'을 버리는 행위에 해당하며, 자신의 사업활동과 관련하여 하청업체를 관리·감독하는 원청 건설사는 그 오염 발생에 대한 정화 책임이 있다고 판결했습니다. 이는 토양오염의 책임을 행위자뿐만 아니라 실질적인 관리·감독 주체에게까지 넓게 인정한 매우 중요한 판결입니다.

사실관계 정리

  • 두 개의 공사 현장:
  • 오염 발생지 (A 현장): 건설사 B(피고)가 시공사로 있던 복합건물 신축 공사 현장으로, 이곳의 흙은 불소에 오염된 상태였습니다.
  • 오염 피해지 (C 현장): 정화업체 A(원고)가 토양 정화 작업을 하던 다른 도시개발사업 부지였습니다.
  • 사건의 발생: 정화업체 A는 C 현장의 정화 작업을 위해 깨끗한 흙(청토)을 납품받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깨끗한 흙을 구하기 어려워진 하청업체가, 건설사 B의 A 현장에서 나온 오염된 흙이 정화 용도로 부적합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몰래 빼돌려 C 현장에 반입하여 매립했습니다.
  • 피해와 책임: 이로 인해 깨끗해야 할 C 현장이 불소에 오염되었고, 관할 구청은 정화업체 A에 정화조치명령을 내렸습니다. 결국 정화업체 A는 예상치 못한 추가 정화 공사를 자기 비용으로 진행해야 했습니다.
  • 소송 제기: 정화업체 A는, 오염토양의 근원지인 A 현장의 시공사, 즉 건설사 B를 상대로 자신들이 지출한 추가 정화 비용을 돌려달라는 구상금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소송의 경과

  • 원심(수원고등법원)의 판단: 법원은 건설사 B의 책임이 없다고 보아 정화업체 A의 청구를 기각했습니다. 원심은 토양환경보전법이 '토양오염물질'의 누출·유출 등을 문제 삼고 있는데, 이 사건은 '오염토양'이 이동한 것이므로 다르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건설사 B가 직접 C 현장에 오염을 유발한 증거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 대법원의 판단: 대법원은 원심의 이러한 판단이 법리를 오해한 것이라며 원심판결을 전부 파기하고 사건을 다시 심리하라고 돌려보냈습니다.

주요 법리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을 두 가지 핵심 논리로 반박하며 정화 책임의 범위를 새롭게 해석했습니다.

1. '오염된 흙'을 버리는 것도 '오염물질'을 버리는 행위다!

대법원은 '오염토양'과 '토양오염물질'을 지나치게 형식적으로 구분한 원심의 판단을 바로잡았습니다.

  • 토양은 오염물질을 머금을 수 있는 '매개체' 역할을 합니다.
  • 오염된 흙(오염토양)을 원래 있던 곳에서 파내어 다른 곳으로 옮기면, 그 흙은 동산인 '물질'의 상태가 됩니다.
  • 이 오염된 흙을 다른 땅에 버리는 행위는, 결국 흙 속에 포함된 '토양오염물질'을 그 땅에 누출·투기하는 행위와 실질적으로 같다고 보아야 합니다.

따라서 '오염토양'의 투기 행위도 토양환경보전법상 정화책임 발생 원인인 '토양오염물질의 누출·유출·투기 행위'에 해당한다고 명확히 했습니다.

2. 책임자는 누구인가? '관리·감독'한 사람이 책임진다!

법에서 말하는 '토양오염을 발생시킨 자'는 오염을 직접 유발한 사람뿐만 아니라, 자신의 사업활동을 위해 자신의 관리·감독 아래에 있는 자의 행위로 오염이 발생했을 때 그 사람도 포함된다고 해석했습니다.

  • A 현장의 흙을 파내고 운반하는 업무는 건설사 B의 신축공사 사업활동의 일부입니다.
  • 흙을 실어 나른 운반업체는 건설사 B의 관리·감독 아래에 있었습니다. 실제로 건설사 B는 공사 현장에서 반출되는 토사량과 그 처리 위치 등을 보고받고 승인하는 절차를 통해 관리·감독을 하고 있었습니다.
  • 따라서 건설사 B는 자기의 관리·감독하에 있는 운반업체가 저지른 오염 발생 행위에 대해 정화책임자로서의 책임을 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판결의 의의 및 해설

이번 대법원 판결은 환경오염 책임에 대한 법원의 진일보한 태도를 보여주는 매우 의미 있는 판결입니다.

첫째, 환경오염 책임의 허점을 막았습니다. "나는 오염물질을 버린 게 아니라 그냥 오염된 흙을 옮겼을 뿐이다"라는 식의 형식적인 주장을 차단하고, 오염의 실질적인 확산 행위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길을 열었습니다.

둘째, 원청업체의 관리·감독 책임을 대폭 강화했습니다. 건설사 등 대규모 사업자는 자신의 공사 현장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나 토사가 어떻게 처리되는지 하청업체에만 맡기고 나 몰라라 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하청업체의 불법 행위로 환경오염이 발생하면, 그 관리·감독 책임이 있는 원청업체가 최종적인 법적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셋째, 오염 피해자의 구제 가능성을 넓혔습니다. 억울하게 토양오염 피해를 입은 사람은, 직접 오염 행위를 한 영세 하청업체뿐만 아니라 그 행위의 근원이 되고 경제적 이익을 얻는 원청 대기업을 상대로도 책임을 물을 수 있게 되어 보다 실질적인 피해 구제가 가능해졌습니다.


용어 안내

  • 토양환경보전법(土壤環境保全法): 토양오염을 예방하고 오염된 토양을 정화하는 등 토양 환경의 관리와 보전에 관한 사항을 규정한 법률입니다.
  • 정화책임자(淨化責任者):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오염된 토양을 정화해야 할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이나 기업을 말합니다.
  • 구상금(求償金): 본래 다른 사람이 져야 할 책임을 대신 이행한 사람이, 그 다른 사람에게 자신이 지출한 비용을 돌려달라고 청구하는 돈입니다.

오염토양 vs. 토양오염물질: '토양오염물질'은 불소, 중금속 등 오염의 원인이 되는 화학물질 자체를 의미하고, '오염토양'은 이러한 오염물질을 머금고 있는 흙을 의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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